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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다녀오겠습니다
14,000원
김이연
128*188mm, 256p
2月11日2019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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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16시간. 집에서 6시간.
사실 따지고 보면 “회사 다녀오겠습니다.”는 알맞은 표현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집에 다녀오겠습니다.”가 더 어울렸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잠깐씩 ‘다녀오던’ 집에 이번에는 좀 오래, 넉넉히 시간을 잡고 와 있다.
(중략)
요즘 내 일상에는 예전에는 없던 ‘집’이 존재한다. 집이 존재감을 가진 뒤로, 밀어붙이기만 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난 마음도 풀어 줄 수 있었고, 허공을 부유하던 몸과 마음의 무게 중심이 자리를 잡고 편안해졌다. 생각의 샘에 다시 물이 흐르는 기분이 든다. 막연한 설렘이 늘 곁에 와 함께 있다.
- 서문 중에서


퇴사는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일 뿐, 메시지 전달용이 아니다

퇴사를 충동하고 퇴사가 마치 엄청난 혁명적 행위인 듯 선동하는 글귀는 늘 많다. 더구나 청춘을 위로의 대상으로 설정한 이 사회에서는, ‘회사’는 마치 내 것을 앗아간 이기적 유기체처럼 그려지고 ‘퇴사’는 그런 회사가 가져간 내 삶을 다시 찾아오는 복수 행위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퇴사에 대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기로 한 후, 가장 필요한 조치이자 가장 큰 보폭이 요구되었던 행동’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퇴사는 회사에 한 방 먹이는 수단도 아니고 내 삶에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주는 장치도 아니다. 퇴사는 그저 자기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차분히 결정해야 하는, 자기를 위한 조용한 행위일 뿐이다. 저자는 퇴사에 대한 이런 자신의 생각을, 퇴사 후 조용한 일상과 재직 시절의 일기를 담담히 나눔으로써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스스로 멈추는 행위에 대하여

스스로 멈추는 행위는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힘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진단하는 능력, 더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하는 판단력, 그리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그 외의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절제력 등이 그 힘이다. 이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스스로 멈춤’을 실천한 후 저자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아무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다는 것. 딱 그 한 번은, 내게 형언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왔다.’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어떤 타협 없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 보는 것, 그리고 스스로 멈춰 보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인생에서 한 번쯤은 꼭 해봐야 하는 행위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퇴사를 선택한 그녀에게 회사는 어떤 곳이었을까
그녀가 적은 5년 간의 일기를 엿보다

이 책의 전반부가 저자의 퇴사 후 단상을 모아놓은 것이라면, 후반부에는 저자가 직장 생활을 하며 적은 5년 치의 일기가 정리되어 있다. 구체적인 사내 이슈를 배제했음에도 소소한 에피소드와 저자의 생각을 읽고 있노라면, 저자의 밀도있던 회사 생활과 저자가 회사와 일을 어떻게 해석하며 살아왔는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회사에 막 합격한 시기부터 신입사원 시절, 그리고 일에 대한 자신만의 태도와 가치관을 다져가던 시기, 승진, 그리고 퇴사를 고민하게 되기까지의 일련의 직장 생활이 진솔하게 적혀있다. 저자의 표현처럼 이 일기는, ‘퇴사 후의 삶이 풍요로운 것처럼 퇴사 전의 삶도 아름다웠다는 기록’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누군가의 두꺼운 일기장을 우연히 주워서 한 장씩 엿보는 기분으로’ 독자가 그녀의 일기를 편하게 읽기를, 그리고 그것이 자발적 멈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소속이 없는 자기 그대로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나요?

‘소속이 없는 자기 그대로를 마주할 수 있는가.’ 퇴사를 고민하는 이가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질문이다.
‘퇴사 후 무엇을 할 것인가’, ‘경제력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 위한 긍정적 조치인가 부정적인 것을 피하기 위한 수단인가’, ‘퇴사가 최선인가’ 등, 퇴사가 옳은지 점검할 수 있는 질문은 많다. 이 모든 질문에도 퇴사하겠다는 결심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질 차례다. ‘소속이 없는, 그래서 다른 어떤 것으로도 자기를 소개할 수 없는, 자기 그대로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이제 퇴사를 해도 되는 때다.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을 통과한 후 나 자신을 마주하는 삶을 살게 되면서 느낀 단상을 적은 책이다.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하고 문득 무료하기도 하고 문득 신나고 문득 바쁜 내 일상과, 그 속에서 찬찬히 정리한 생각을, 스물아홉 개의 에세이로 정리했다. 직장 생활의 분주함, 긴장감, 노곤함이 완전히 사라진, 조용하고 무엇을 하든 넉넉한 이 공간에서, 나는 이제야 내가 나를 반갑게 맞아 주는 기분이 든다. 퇴사를 선택했지만 회사는 내게 소중한 공간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재직 시절 적은 5년 치의 일기로 표현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와 특별히 관계없는 이야기일지라도 담담하니 기분이 편안해질 때가 있다. 내 이야기로 누군가의 널뛰던 마음이 기분 좋게 담담해진다면 좋겠다. 이것이 나의 ‘멈춤’을 지면을 통해 나누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