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시인선 145번째 시집.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로 우리에게 찾아와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한편, 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혼자가 혼자에게>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병률 시인이 3년 만에 내놓는 신작 시집이다.
그의 산문이 일상을 벗어난 세계에서 마주한 마음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면,
그의 시는 우리가 몸담고, 발 딛고 있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일상이라는 삶, 삶이라는 세계의 질감을 감각할 줄 아는 그는 그가 목격하고 만진 것들을 정확한 시적 언어로 표현해낸다.
이병률의 산문에 익숙했던 독자라면 이번 시집을 통해 산문의 언어가 시의 세계 안에서
재배치되는 과정을 주목해봐도 좋을 것이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시화한 시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별과 슬픔을 다룬 그 시어들은 결코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시인은 슬픔이 가진 폭넓은 스펙트럼을 우리에게 펼쳐내 보인다.
그것은 발문을 쓴 서효인 시인의 말처럼 그가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감정의 이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그 감정을 긴 시간 들여다봤다는 뜻도 된다. 바로 그 일, 사물과 사람을 사려 깊게 살피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일, 그리하여 감정을 감각하는 일은 이병률 시인이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일은 좋은 시를 쓰는 일과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