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술에 취하면 "우리, 비밀 얘기 하자" 말하는 것이 주사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조건 상대방의 비밀 얘기를 먼저 듣는 것인데 어째서인지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상대가 말할 비밀을 찾는 동안 나 역시 말할 비밀을 찾는다. 상대가 털어놓는 비밀만큼이나 비밀스러운 얘기를 나 역시 털어놓는다. 나에게는 말할 비밀이 많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끝내 말할 수 없으므로 당신과 나는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김이슬 사담은 들켜도 되는 일기장이다. 들통나도 괜찮은 비밀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너무 솔직한 거 아니야?', '네 책, 어머니가 읽어도 돼?' 같은 걸 묻지만 나는 한 번도 내 애길 한 적이 없다. 56개의 사담과 56개의 부록 그리고 1개의 미공개 사담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