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계절의 변화를 가장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은 일주일 전까지는 잘 입었던 옷을 개키고, 앞으로 자주 입게 될 옷을 꺼낼 때였습니다. 그때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계절을 접고, 멀게만 느껴지던 계절을 꺼내는 기분은 이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 책은 기나긴 겨울의 중심에서 봄맞이 청소를 할 언젠가를 상상하며 그린 짧은 기록물입니다. 나른한 주말, 따뜻한 봄볕아래 뽀송하게 마른 빨래를 바라보는 듯한 소소한 일상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