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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정3호 ]
001. 모든 시작엔 그 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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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심한책방 요정 3호입니다. :)

소심한책방 블로그를 통해 인사를 드리는 건 처음이에요.


저는 2016년 2월부터 소심한책방에서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 이 공간을 빌려 소심한책방의 이야기, 요정 3호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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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가 왜 요정 3호라 불리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3호는 제가 세 번째로 일하게 된 직원이라 붙은 것이구요.

'요정'은 저도 스스로 요정이라 소개할 때마다 낯이 뜨겁지만,

'책방 두 마스터의 일을 도와주는 마치 요청 같은 고마운 존재'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이버 지식백과의 말을 빌리자면 요정이란


주거지는 숲.

철, 햇빛, 교회나 하느님처럼 신성한 것을 싫어하고

달밤, 고요함, 노래나 음악, 승마 등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숲이 가득한 제주에 살면서 달밤, 고요함, 노래, 음악을 좋아하는 거로 보아
저도 반 정도는 요정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

어쨌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요정과는 거리가 먼 요정 3호입니다.





최근에 저희 책방에 인턴 혹은 수습으로 불리는 새 직원이 생겼어요.

현실적으로 저희 책방에선 새 직원을 더 들일 여유도 같이 지낼 공간도 없었지만, 함께 하게 되었어요.


그건 모두 그의 글 때문이에요.


소심한책방 마스터 H는 수상한소금밭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함께 하고 있어요.

저 역시 수상한소금밭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오랫동안 지낸 적이 있고,

지금도 소금밭 스태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새 스태프를 모시는 일을 맡고 있어요.


여러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많은 스태프 친구들이 종달리에 오고 갔지요.

스태프를 모시는 일은 어쩌면 제주에서 저와 함께 살 가족, 친구를 찾는 일이기 때문에

스태프 지원 자기소개서를 정말 꼼꼼히, 단어 하나 문장 하나의 의미를 해석하며 들여다보곤 해요.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이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나를 드러내는 일은 늘 어렵게 느껴지곤 해요.

내 글에서 내가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나의 어떤 부분이 들키지 않을까 겁도 나구요.


꽤 마음이 편안해진 요즘, 제 이야기와 책방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운이 생겼어요.





어느 날 문득 '수상한 소금밭 주인분께'라는 제목의 메일이 왔어요.

스태프를 모집하는 시기가 아니였던지라 의구심을 품고 글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는 이렇게 메일을 보내 여쭤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의무경찰을 전역한 지 4일이 지난 이 청년은 수상한소금밭의 스태프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는 수상한소금밭 블로그를 보고 주인장이 자신의 공간과 손님들, 그리고 스태프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본인도 이런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한가득 차올라 글을 썼다고 해요.


추신으로 덧붙인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그가 그동안 남긴 많은 글이 있었어요.

불과 며칠 전까지 의무경찰의 신분으로 광화문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기록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동기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한 글을 가장 먼저 볼 수 있었어요.


이십 대인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정치적 혼란스러움과 분노를 느꼈던 지난 겨울,

그 역시 그에게 있어 가장 혼란스러운 시간을 통과하며 적어 내려간 듯한 글에서 저는 저의  한 친구 J가 떠올랐어요


J 역시 의무경찰로 군 복무를 했고, 밀양 송전탑 사건 때는 밀양에서,

국정원 규탄 촛불 집회 때는 광화문에서 의무경찰의 신분으로 그 자리를 지켰지요.


J의 혼란스러움과 분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는

낯선 이에게서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그의 글에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재미있는 점은 J도 의무경찰 전역 후 한 달간 소심한책방에서 지내면서 소심한책방 스태프로 일한 경험이 있고,

몇 개월 뒤엔 수상한소금밭 스태프로 두 달간 일한 경험이 있다는 거예요.


사실 저는 J의 글을 참 좋아해요.

J는 음악, 축구 응원문화에 대한 글부터 본인의 일상 이야기까지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써왔어요.


처음 J 블로그를 알게 되었을 때, 밤새도록 그의 글을 읽기도 했어요.


낯선 이의 글에서 따뜻함과 선함, 익숙함을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그는 소심한책방 스태프 2호이자 수상한소금밭 스태프 41호가 되었어요.





마스터 J와 마스터 H 그리고 요정 3호 저까지 소심한책방 전 직원은

책방에서의 일상을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어요.


하지만 매일매일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기록을 남겨두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이 작은 책방에 할 일은 어찌 그리 많은지- 는 후에 천천히 이야기해볼게요. ^_^;


글과 사진을 통해 차곡차곡 기록을 남겨두는 스태프 2호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

저도 미뤄두었던 소심한책방의 이야기를 앞으로 차근차근 전해보도록 할게요.


소심한책방의 두 마스터와 요정 3호의 애정을 담아,

스태프 2호의 이야기도 조만간 업데이트될 예정이오니 기대해주세요. :-)




글/사진 소심한 요정 3호

2017년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