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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지만 누구나 볼 수 없는
13,000원
김해나리
140*220mm, 124p
4月1日2019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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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지만, 누구나 볼 수 없는... 늘 곁에 있어서 느끼지 못한 특별함. 누구도 바라보지 않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의 감정. 언제나 남이 정해놓은 기준에 가족과 주변의 기대에 맞춰 그것이 내 꿈인양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갖혀있었다. 끊임없이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던 게 뭐였지? 뭐할 때 제일 재미있었지? 계속해서 생각했다. 아버지의 시 ‘나 지금 살아있는 걸요’가 생각났다.

제일 좋아하는 시여서 한 구절을 외우고 있기도 했고, 나의 마음 속에서 내가 살아있다고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외치던 소리를 드디어 들을 수 있었다. 거북이처럼 느린 걸음 걷다 보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언제나 지나쳐오는 거리, 그 거리에 있는 물건, 그리고 사람, 누구도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은 것이자 잊혀진 오래된 장소. 그 자리에서 그 것이 지내온 시간 속에 축적된 기억을 가늠하지 못하지만 그 속에는 하나하나의 감정을 지니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안에 있는 그리움과 사랑, 또는 후회...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남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그런 쓸모 없는 것이 마치 나 인 것처럼 안쓰러웠고 버려진 것들이 결국 없어지고 마는 것이 슬펐다.

너무나 사소해 지나치고 잊힌 것들에 스스로 감정이입이 되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나고 특별함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많은 위로와 치유가 되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서로 사랑하고 떠남을 아쉬워하며 속삭이고 있음을...

처음으로 아버지의 시를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항상 탈고 후에 읽어주시고 감상을 물어보지만 쑥쓰러워 고개만 끄덕이며 ‘멋있어’라는 짧은 한마디만 했었지만, 항상 시를 쓰기위해 고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재밌기도 해서 으레 장난을 치며 시의 한구절을(특히 ‘어색하다’-마음 달래기) 읊으며 놀리기도 했습니다.

사랑스러운 시를 읽고 있으면 초등학생의 일기 속 동시가 떠오르며 감히 이런 표현을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60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순수할 수가 있을 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를 통해 전해지는 그 마음을 느끼고 싶어 앞으로도 시를 쓰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기대합니다. 사진을 찍는 처음 순간 부터 꿈꿔온 일을 했습니다. 저의 사진들과 아버지의 시를 함께 엮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그 소박하지만 꼭 해내고 싶었던 일을 이제서야 첫번째 책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시를 읽으면서 받은 사랑과 따스함을 사진을 찍으면서 받은 위로와 행복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