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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공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달다
18,000원
이다희
135*190mm, 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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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공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달다>는 대학원 시절과 회사생활, 제주에서 머물렀던 날들을 거쳐 새로운 출발을 하기까지, 7년의 시간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낸 기록입니다. 하루하루 미끄러지고 있다는 불안감, 나의 시간과 건성으로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 고단함. 그 속에서 삶을 사랑하라는 말은 얼마나 어려운 주문일까요. 그런데도 왜 우리는 삶이 보여주는 눈부신 풍경 앞에서 이토록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걸까요. 아름답고 추하고 신비롭고 거대한 삶을 통과하며 무엇보다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한 시절의 기록을 내놓습니다. 부디 당신의 시간들도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어느 오후에는 휴가를 내고 미술관에 갔다.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어두운 곳에 놓인 순백의 백자가 보고 싶었다. 평일의 미술관에는 사람이 적었고 그마저도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백자는 3층에 있었다. 서늘한 전시실에는 하나의 도자기마다 하나의 빛이 주어졌고 단독의 백자는 장식 없이 온전했다. 치장이 없는 것이 오랜만이었다. 나는 할 일 없이 그곳에 오래 머물다 밖으로 나왔다. 7월이었고 더운 여름이었다. 이제 그만 순결해지고 싶은 여름이었다. _<백자>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의 흔적은 그 시간을 가늠하게 한다. 지난 2년이 지나간 자리에는 스커트를 끌어내리며 소주의 맛도 느끼지 못할 만큼 긴장하던 신입사원 대신 족발을 뜯어 먹으며 잔을 권하는 3년 차 직장인이 남아 있었고 나는 그때 어떤 시간이 한 사람을 훑고 지나갔음을 알았다. 시간은 더 이상 바깥으로 흐르지 않고 삶을 정면으로 관통한다. 나는 조용한 시간의 바깥에 머물고 싶었으나 이제는 온전한 시간의 흔적이 되어 어떻게든 시간을 피하고자 했던 어린 마음을 문득 떠올릴 뿐이었다. _<대전>

삶에 찌들어간다고 생각될 때마다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한다. 소년이 주머니에 넣은 보송한 조약돌 같은 것. 색이 고운 복숭아나 선이 둥근 백자. 5월의 서늘한 바람. 봄밤의 라일락 향기. 엄마가 해주는 팔베개. 저녁 7시의 노을. 결국 아름다움이 삶을 구원한다고 믿기에. _<진달래꽃>

제주에 머물면서 가끔 그 말을 떠올린다. 내가 이곳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곳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완벽하게 굴복할 수 있는 거대한 자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내게 사랑은 무너지는 것이었을까. 누군가의 웃음에 무너지고, 다정함에 무너지고, 강인함에 무너지고, 완전히 무너져서 내가 처음으로 나를 놓게 되는 그 초월적인 경험을 나는 사랑이라 불렀을까. 굉장히 오랜만에 무언가에 무너져본다. 무너져서, 이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_<검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