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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나의 비정규 노동담
12,000원
강민선
임시제본소
110*180mm, 208p
3月26日2019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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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작가 지망생의 노동 에세이. 20세기 마지막 해인 2000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식당 종업원, 야간 청소부, 녹즙 배달원, 콜센터 상담원, 서점 계산원, 카페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직종을 체험하고 쓴 자기 탐사록이다.

‘나’는 어느 날 문득 전철을 타고 과거에 일했던 장소에 가서 글을 쓰고 돌아온다. 이미 사라진 곳도 있고, 여전히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또 없는 대로 남아 있는 기억을 붙잡아 기록한다. 일과 장소와 사람을 중심으로 연결된 노동의 기억은 개인의 고백으로 멈추지 않고 우리의 세상과 마주한다.

글쓴이에게 노동은 돈벌이 수단이기도 했지만 여러 명의 타인이 되어 보는 시간이었다. 학교를 다니고 전공인 문예창작을 공부하며 소설을 쓰는 ‘나’가 진짜일 뿐 직업은 언제든지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긴 시간을 가로지른 탐사의 여정 끝에 깨닫게 된다. 진짜라고 믿었던 자아는 허공에 살았고, 실제의 삶은 언제나 이 시간들 속에 있었다.


책 속 문장들

P.14 그때 전철역 플랫폼 앞에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나를 아는 누군가가 우연히 내 이력서를 본다면 난 끝장이겠군. 구직 활동이 한창이었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나의 거의 모든 개인 정보와 함께 쉬지 않고 일을 구하려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증명할 게 없는 이력들을 줄줄이 적은 곳에 3×4cm 크기의 증명사진까지 떡 붙여놓고 닥치는 대로 메일을 보냈다. 종이 한 장에는 내가 밟아온 길이 선명히 그려져 있었다. 신발 밑창의 문양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오프로드 진창이었다. 이런 걸 도대체 몇 통이나 보낸 거야. 어느 날 갑자기 수치심을 느낀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처럼 서둘러 벗은 몸을 가리고 싶어졌다. -2019년, 회상 中

P.34 나는 몇 번이나 이 골목에 대한 기억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왜였는지는 모르겠다. 스물두 살은 처음으로 내가 직접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한 나이였고, 육체 노동의 뻐근함을 처음으로 느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스물두 살이라는 나이는 너무나 젊고 싱그러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이가 분명했고, 또래 친구들과 다른 방식으로 그해의 봄을 보낸 나를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쓰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2000년, 봄 中

P.46 휴게실은 여자 화장실 안에 있는 작은 방이었다. 두 평정도 되는 공간에서 옷도 갈아입고 컵라면도 먹고 쪽잠도 잤다.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과 대화를 하기도 했다. 어느 대학에 다니냐, 학비 벌려고 일하냐, 고생이 많다, 그런 내용이었다. 아주머니들은 청소가 끝난 다음에는 깨끗하게 씻었고 옷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손과 발에는 로션을 꼼꼼히 발랐다. “여기서는 이런 거 잘 발라줘야 해. 학생도 젊을 때부터 잘 발라 둬.” -2001년, 야간 비행 中

P.94 처음엔 그곳을 ‘닭장’으로 표현한 것이 거북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그곳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것이 그 기사의 핵심이었다. 상담원은 전화 받고 말하는 기계였다. 인간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 식사와 생리 현상과 휴식을 위해 관리자에게 허락을 구해야 했고 대부분 참거나 때를 놓쳤다. 상담원 한 사람이 소화해내는 콜 수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실시간 홈쇼핑이기에 압박이 더욱 심했겠지만 내가 일했던 곳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콜 수에 따라 직무 평가를 받았고 평가 결과는 인센티브로 이어졌다. 녹취된 상담 내용을 관리자가 임의로 듣고 상담원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도 있었다. -2005년, call me by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