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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CONCEPTZINE VOL.78
8,000원
컨셉진편집부
컨셉진
115*148mm
3月30日2020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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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8
당신의 삶엔 대화가 있나요?

컨셉진 초창기에는 에디터 한 명, 디자이너 한 명, 그리고 저와 발행인, 이렇게 넷이서 단출하게 일했습니다. 사무실도 네 명 이상 있기엔 버거울 정도로 굉장히 작았고요. 그때는 유독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대표 둘을 제외하면 동료라고는 서로에게 한 명뿐이니 외롭지 않을까 걱정됐고, 장비도 좋지 않아 작업하다 컴퓨터가 꺼지기라도 하는 날엔 너무 부끄럽고 민망했죠. 하지만 작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일하는 만큼 나름 소통은 잘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항상 밝았던 디자이너의 표정이 유난히 어두워 보였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밝아지지 않았고요. 그만큼 제 마음도 어두워졌습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이 친구가 컨셉진에서 근무한 지 1년 반이 넘었더라고요. ‘이렇게 작은 회사를 1년 넘게 다니고 있으니 이제 이직을 생각하는 걸까?’ ‘매달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지겹겠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만 제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한번은 그녀가 평소 잘 하지 않던 실수를 했습니다. 큰 실수도 아니었기에 평소 같으면 ‘오늘 좀 피곤한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넘길 일이었는데, ‘역시 마음이 딴 데 있으니 이런 실수를 하지….’ 하고 못난 마음부터 들더라고요.

이 친구의 어두운 표정과 제 마음의 답답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졌지만, 저는 차마 대화할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애정하고 아끼던 친구였기에 회사에 대한 불만, 혹은 회사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까 봐 두려웠거든요. 이렇게 계속 미뤘더니, 그녀를 향한 제 마음속의 불편함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자꾸 커지더라고요.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큰맘 먹고 용기를 냈습니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지’ 싶은 마음으로 대화의 시간을 만들었죠.

“요즘 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요?”
“원래 허리가 안 좋았는데, 요즘 통증이 심해져서 앉아 있기가 좀 힘들어요.”
“……. 이직하려는 줄 알고 혼자 걱정했어요.”
“네? 저는 매일 회사가 잘되기를 기도하고 있어요(웃음).”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에 기뻤지만, 너무 미안했습니다. 허리가 아파 고생하는 친구를, 회사를 위해 기도한다는 이 예쁜 친구를, 혼자 오해하고 미워하기까지 한 제가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날의 대화 뒤로도 그녀의 어두운 표정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건 이 친구를 바라보는 제 마음뿐이었죠. 어느새 부정적인 생각들은 사라지고, 허리가 아픈데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 더 커져갔습니다. ‘의자를 바꿔줄까?’, ‘아침마다 병원에 갈 시간을 줄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되었고요.

그러고 보면 대화는 결국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설사 이 친구가 그때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더라도, 그 이야기를 듣기 전보다 제 마음이 편해졌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두려움과 마음속의 응어리를 그냥 두었다면 눈덩이처럼 계속 커졌겠죠.

혹시 여러분 마음속에서 계속 커져만 가는 응어리가 있다면, 용기를 내서 대화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 응어리가 너무 커져버리면 대화로도 해결이 안 될 수 있으니까요.


편집장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