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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우리의 만춘
17,000원
강아솔, 수상한커튼, 이아립
만춘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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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춘서점 3주년을 맞으며 강아솔&수상한커튼&이아립 세 명의 싱어송라이터와 함께 '우리의 만춘' 음반을 제작했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책을 주제로 곡을 만들어 담았습니다. 책과 음악은 서로의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각자 노래를 만들어 부르던 그녀들이 만춘과 함께 만든 ‘우리의 만춘’ 음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음반 발매일 : 10월 31일)

강아솔의 책 : 디스옥타비아(유진목)
수상한커튼의 책 :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파스칼 키냐르)
이아립의 책 :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이제니)


<<강아솔>>
01 Dear
02 잠든너의모습을보며
03 잠든 너의 모습을 보며 (one take)


매일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매일이 사라져가고 있는 걸지도 몰라

강아솔의 노래를 들으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혼자 앉아서 가만가만 내놓은 속마음을 바람이 담아 내가 있는 곳까지 실어다 준 느낌이 든다. 바람에 실려 온 목소리에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말하지 못해서, 혹은 말한 뒤에도 가슴에 남아 혼자 있을 때 중얼거려보는 사랑의 마음이다.

만춘서점 3주년을 기념하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강아솔이 고른 책은 유진목의 아름다운 소설 『디스옥타비아』다. 『디스옥타비아』의 주인공 ‘나’는 스물네 해를 함께 산 연인을 먼저 떠나보낸 후 바다가 보이는 노인보호소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른 저녁 나란히 앉은 소파에서 그가 졸고 있을 때 나는 그를 거기서 지워보곤 했다. 그러면 한없이 슬픈 마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잠든 그의 얼굴을 쓸어내렸다.”(p.34)

이번 음반에 수록된 강아솔의 노래들은 『디스옥타비아』의 ‘나’가 아직 연인을 상실하기 전, 잠든 연인의 옆에서 나직이 중얼거려 본 마음 같다. (“사랑하는 너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면/ 자꾸만 울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해. / 결국에는 한 사람만 이 세상에 남게 되는 시간이/ 언젠가 찾아오겠지.”-'너의 잠든 모습을 보며') 미래에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이렇게 노래한다. 매일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매일이 사라져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사라져가는 매일은 우리에게 슬픈 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강아솔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랑을 말한다. 사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도 노래는 영원할 것을 믿기에(‘dear') 당신이 아직 나의 곁에 있는 애틋한 오늘을 노래에 담는다.
글/ 소설가 이종산


<<수상한 커튼>>
04 소리로 기억되는 순간
05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06 영원히 함께


소리의 침묵을 향해
*명상하듯이 느리게 Una lentezza meditata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린 목소리로 가득 찬 공간이 있다. 소리 혹은 침묵. 침묵 혹은 소리. 소리의 침묵을 향해 아니, 침묵의 소리를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음률들. 수상한 커튼의 목소리는 이전과는 다른 시간의 방향성을 경험하게 한다.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나선 혹은 파선으로 회절 되며 쌓여가는 시간들. 지나간 과거와 이제 막 도착한 현재와 오지 않은 미래를 동시에 겹쳐서 감각하게 하는 목소리. 그것은 지금의 이 순간을 언제고 가슴 아프게 떠올리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 현재를 담담히 걸어가는 사람의 목소리이다. 시간은 하염없이 하릴없이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돌이켜 회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다시금 되돌아가서 빛나는 무엇으로, 잊고 있었던 사랑했던 얼굴을 다시금 건져 올릴 수 있다고 말해주는 목소리. 그리하여 스러지는 정오의 빛처럼 아스라이 펼쳐지는 이 목소리는 이상한 안도와 위로를 전해준다. 어떤 웃음들, 어떤 울음들. 사랑했던 이와의 기억이 가득한 정원에서 이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 사랑을 그 사람을 죽음 이후로도 계속해서 되살려내기 위해 그 모든 사소하고도 은밀한 소리 들을 낡은 악보에 기입했던 시미언 피즈 체니처럼. 수상한 커튼은 사물과 세계의 소리 들을 다시금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지나간 시간을 다시금 이 자리로 불러올 수 있다고 그 자신의 목소리로 가만가만히 증명해낸다. 그저 순간순간을 살고. 순간순간에 머무르고. 순간순간을 기억하라고 말하는 듯한 이 숨결과도 같은 목소리. 그러니 순간의 호흡처럼 순간의 걸음처럼 그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의 숨소리처럼 듣기를 바란다. 이것은 하나의 비유가 아니다. 당신이 당신만의 호흡을 뚜렷이 자각하는 방법을 고안해낼 때. 그렇게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너와 나와 우리의 숨소리를 문득 뚜렷이 인지하게 될 때. 당신은 어느 결에 멀리 멀리로 물러났다고 생각했던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선물처럼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이 순간의 빛을 조금 더 연장해나가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두고 온 정원에서 당신은 가만가만히 걸어가게 될 것이다. 명상하듯이 느리게. 순간 속에서 순간 속으로. 이전과는 달라진 당신 자신의 내면을 느끼면서. 순간순간을 진정으로 사랑하면서. 순간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면서.
*명상하듯이 느리게 : 파스칼 키냐르,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p.77
글/ 시인 이제니


<<이아립>>
07 시헤는밤
08 두번다시는사랑을놓치는일이없기를
09 슬픈 유원지

슬픈 유원지에 부쳐
수능시험을 본 다음 날이었다. 친구와 함께 유원지에 갔다. 우리가 여덟 살 때 처음 문을 열었던 유원지. 셔터를 내린 매점을 지나, 달리던 자세로 정지한 회전목마를 지나, 부딪쳤던 그대로 멈춘 범퍼카를 지났다. 대관람차에 다가갔다. 움직이지도 반짝거리지도 않는 관람차 안에 나란히 앉았다. 이 유원지는 정말 망했나 봐. 친구가 말했다. 나는 수능을 정말 망쳤나 봐. 내가 말했다. 우리는 큰 소리로 웃었다. 오늘 여기는 우리 집 같아. 두 팔을 번쩍 들며 친구가 외쳤다. 그래, 오늘은 너네집이다. 나도 두 팔을 번쩍 들며 외쳤다. 텅 빈 관람차 안은 텅 빈 바깥보다 조금 더 따뜻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냈다. 친구와 함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폐장한 유원지 속에 우리는 아직 멈춰 있다. 멈춰 있던 범퍼카를 두 손으로 밀던 자세 그대로 어정쩡한 채. 눈이 덮여 있지 않은 눈썰매장에서 가방을 대신 타고 내려오던 자세 그대로 아무렇게나. 우리 곁을 나는 지금 차례차례 지나간다. 대관람차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노래를 듣고 있던 우리의 맞은편에 앉는다. 귀를 기울인다. 십년 전의 우리가 듣던 노래를 함께 듣는다. 십년 후의 나도 이 자리를 찾아온다. 그때에도 망쳤나 봐 하고 피식 웃을까. 그때에도 같이 노래를 듣고 있을까. 먼 미래의 내가 찾아와 다른 탑승 칸에 앉는다. 한 칸 한 칸이 조금씩 흔들린다. 이아립의 노래가 대관람차를 한 바퀴 돈다. 지나간 날들에 온기가 돈다.
글/ 소설가,시인 임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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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눈 내리는 만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