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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소란
12,500원
박연준
북노마드
111*184mm, 304p
10月31日2014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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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소심한 PICK!
봄이 오는 소리에 몸과 마음이 깨어나 소란스럽습니다. 내 자신보다 나의 감각이 계절을 먼저 눈치채고 봄을 보라고 등 떠밀지요. 이런 4월의 봄을 맞이하는 내 한 손에 꼭 들어야 할 책으로 <소란>을 추천합니다. 소란에 등장하는 각각의 단어들은 박연준이라는 시인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하고, 기름지며, 들썩이는 생명을 부여받습니다. 이 시작되는 소란에 기꺼이 나를 맡겨보시기를! (마스터J)



살아가는 일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잃고 잊는 일로 늘 소란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잃는 줄도 잊는 줄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사라지는 일’이란 대부분 볼륨이 낮아서, 그 작은 소란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지금을 잘 살아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린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고 잊은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흔적도 없이 영영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일까. 꼬리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이미 멀리 도망쳐버린 것일까.

시인 박연준은 ‘발견’하는 사람이다. 2004년 등단하고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과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두 권의 시집을 냈던 그녀는, 시인 특유의 호기심과 시야각으로 세상을 보고, 오래 관찰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살금살금 그것들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것들은 유년에 가 닿는다. 이미 지나온 것들, 넓은 의미의 ‘어제’다.
박연준은 산문집 『소란』을 통해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유년의 한 시절, 이미 사라져버린 어제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낸다. 끄집어내서는, 아주 오래전 처음 언어를 습득했던 그 시절처럼 말하기 시작한다. 껍데기 없이! 거짓 없이! 부끄러움 없이!
“이제 아무도 내 것을 ‘잠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존재하는 다양한 것들에겐 꼭지가 있다.” “꽃과 달리 우리의 얼굴은 ‘오래된 얼굴’이다.” “누군가 죽었다는 것은 그를 부를 ‘호칭’ 하나가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 그녀가 발견한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노라면, 읽는 이의 마음도 다시금 소란해진다. 이를테면 자신에게도 그런 ‘순간’과 ‘언어’들이 있었음을 발견하는 것.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려서 잊어버려서, 잃고 잊은 줄조차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는 것.

박연준의 첫 산문집 『소란』을 통해 당신도 수많은 ‘첫’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끝에 수치스러움이나 눅눅함, 축축함, 부드러움도 황홀함도 있겠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기를 바란다. 잃어버리고 잊어버렸을 뿐, 그 모든 것이 당신이었다. 박연준은 앞장서서 자신을 덮고 있던 슬픔의 근원을 적나라하게 들추어 보여준다. 가장 격렬한 슬픔과 가장 치명적인 아픔만 골라 껴안았던 날들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소란』은 한 편의 시가 된다. 그녀의 시적(詩的) 상상력이 비롯된 어제에서, 우리는 박연준이라는 시인을 발견한다.
그러나 박연준이 꺼내어놓는 그 ‘날 것’의 언어는 무엇도 가르치려들지 않을 것이다. 다만 거울을 보거나 오래된 일기장 혹은 사진을 꺼내어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당신의 맨 얼굴을 보게 할 것이다. ‘어제’를 발견하는 그 소란스러움이 오늘 당신을 울게 만들지, 웃게 만들지 모르겠다. 다만 시인 박연준의 발견을 넘어, 나와 당신이 스스로를 발견할 때 『소란』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그 소란스러운 발견이 삶을 다시 살아내게 만드는 밑알(소란)이 되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