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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H]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밤마다 활자를 찾아서 블로그 세계를 헤맸던 시기가 있었다.

싸이월드에서 블로그로 넘어온 후로, 오랫동안 블로그 애용자로 남아있는데,

이상의 편리함은 필요 없으니, 제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속도감을 따라가기 어려워,

이건 사람이 글이고, 이건 다른 글을 거란 말이지? 리트윗이라고 한다고? 글이 이렇게 빨리 올라와?

뭐야. 나는 사람 정보를 전혀 알고 싶지 않은데, 여기에 있어.

이렇게 다른 SNS와는 결코 가까워질 없다고, 진작에 맘을 먹고 그쪽의 세계엔 발을 담그지 않았기에,

온라인은 오직 블로그 세계에 한정되어 있었다.


아이를 재우다 30분쯤 까무룩 선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면, 도통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는데,

달째 지속되는 불면증으로 책의 호흡을 따라갈 만큼의 집중력도 증발했다.

부족한 수면은 뇌와 근육의 나사를 개쯤 풀어헤쳐 놓아,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다 보니, 책을 읽어도 페이지를 넘긴 기분이다.


그러다 만난 한수희 작가의 블로그, 당시에 <추운 집에 사는 여자> 긴긴 불면의 밤에 연인이나 다름없었다.

년째 계속되는 불면증의 고통을 호소하면방법을 찾아야지. 어쩌겠다는 거야한마디하고 방문을 닫는 남편과 달리,

잠들 때까지 뜨거운 전화통을 같이 붙잡아주고 있는 남자친구처럼, 그렇게 나의 불면의 밤의 동지이자, 애인이었다.


한수희 작가가 소개한 영화는 없는 정신 상태였지만, 추천하는 책들은 메모해뒀다가, 책방 입고리스트에 올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한수희 작가의 <온전히 나답게> 출간되었을 , 당장에 입고해 읽었음은 물론이다.


에세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소설을 읽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에세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다거나공감대 형성이 된다 이야기를 많이 한다.


소설을 읽다 말고, 갑자기 쌀을 씻어야 한다거나, 쌌다고 소리치는 딸의 부름에 달려간다거나, 이번 대출이자를 계산한다거나 하는 일이 버거웠다.

자극적인 감정의 흐름을 이어가기에 필요한 혼자만의 시간은 도통 주어지지 않고, 사방에 쌓여있는 일들을 쳐내기 정신 없었다.

그런 일상은 자연스레 불만으로 쌓여갔는데, 원망의 대상은 형님(남편의 호칭) 아이에게 되돌려졌으며, 불행의 근원이라는 기가 막힌 결론에 이르렀다. 

감정의 흐름을 유지해야 하는 소설과 영화, 드라마의 세계로부터 멀어져, 내면의 불만을 쌓아가지 않는 안정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게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읽던 책을 덮고 설거지를 하거나, 아이 목욕을 시키는 일상의 유지가 가능했기 때문에 


<온전히 나답게>

요정 3호와 히말라야 ABC 트래킹을 떠나기 , 책방엔 <온전히 나답게> 사인본 100권을 곳간의 쌀처럼 채워놓고 떠났었다.

이렇게 작은 책방에서 종의 도서 100권을 산다는 신간 도서 49종을 포기하는 어마어마한 일이었으나,

동네 친구에게 책방을 맡기고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동안 좋아하는 책이 가득 책방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

다녀왔을 때까지 책이 팔리면 절망할까? 괜찮을까? 모르겠다. (그런데 사인본은 아주 금세 모두 팔렸습니다 :)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일단 서울의 교보문고에 들러 한수희 작가의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샀다.

트래킹 막바지에선 팔을 나무늘보처럼 질질 끌면서 걸어가는 와중에도 배낭엔 권의 책과 함께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들어있었다.



단숨에 읽는 아까워서, 천천히 천천히 나눠 읽으며 트래킹을 완주했고, 비행기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카트만두에 한수희 작가님의 남동생이 운영한다는 레스토랑에 기어코 찾아가서, 허겁지겁 식사하고, 요정 3호에 책을 남기고 왔었다. 읽고 나서, 작가님 남동생에게 드리고 오면 좋겠다고 -

(, 이쯤이면 너무 스토커 같은가?)



자기만의 방에서 신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제본 증정 이벤트를 한다는 것을 보자마자 신청했었다.

쑥스러워 책방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았을 .

책방 메신저 창에서 가제본 증명 이벤트 글이 올라오고, 요정 3호가 신청했다는 말을 꺼내고, 그제서야 나도 슬쩍 신청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정말 구구절절 사연을 쓰는 것도 왠지 쑥스러워 정말 담백하게, 팬입니다. 정도의 글만 남겼다.


출판사 직원들도, 한수희 작가님도 나의 존재에 대해서는 미미하게 아는 것일텐데, 나는 이렇게 쑥스러웠을까.

그저 오랫동안 계속된 불면의 밤을 함께 하는 동안, 애틋한 동지애가 쌓여갔다.

, 새로 나온 책이 실망스러우면 어쩌나 싶어, 읽기도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