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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정3호 ]
004. 어떤 ( )





나는 꽤나 자주 책방에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대게는 투정이고 이따끔씩 '아니, 정말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럴 때면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2019 근로기준법을 읽거나 40시간 근로에 관한 글을 훑어본다.

그리곤 다시 일을 한다.



책방 일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한다.

책방에서 일하기 전까진 사실 책에 관심이 없었는데 점점 책이 좋아졌다.

책방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꺼내 보는 책이 생겼다.

친구와 얘길 나누다가 친구가 읽으면 좋을 같은 책이 떠오른다.

3 28일이 생일인 친구에게 4 전부터 책방에서 고른 책을 선물로 보낸다

좋아한다고 말할 있는 작가가 생겼다.

무지무지 좋아한다고 말할 있는 작가도 생겼다.


일을 하면서 내가 자주 하고 싶은 말은 이런 말들이지만, 실제로는 일이 많다, 바쁘다 등의 말을 반복한곤 한다.



살면서 아주 드물게 느끼는 혹은 내게 찾아오는 혹은 내가 깨닫게 되는 어떤 ( ) 있다.

괄호 안에는 감정, 벅차오름, 깊은 깨달음 등과 같은 단어를 넣을 있을 것이다.

형님의 <40 아저씨의 소심한책방 업무 적응기> 마지막 문단을 읽다가 나는 엉엉 울어버렸다.

눈물과 함께 찰나의 깊은 ( ) 느꼈다.


사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어쩐지 허전하다는 말이다.

말은 종종 동료가 필요하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지난 이주간 형님과 함께 발맞춰 책방 일을 하면서 점차 차오르는 어떤 ( ) 느꼈다.

지난 4년간 유다름 없이 이어진 책방 일에서 살짝 벗어나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니 다른 시선으로 책방을 바라볼 있게 것이다.



책방 직원으로서 나의 컴플렉스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의 독서기간은 책방 근무기간과 일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점원으로서 일하면서 나의 약점을 이겨내기 위해 부지런히 책을 읽고, 출판사와 작가에 관심을 갖고, 다른 서점도 가보고, 외국여행을 때도 서점 한두군데를 들려보려고 했다.

 

책에 관심이 없던 나도 4년차 서점원으로 일하고 있듯이 내가 하는 일은 누구나 있는 일이다.

누구든지 4 정도 소심한책방에서 일하면 정도의 업무능력을 갖게 것이다.

그런 생각이 때면 나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나의 약점을 채우려고 했다.

그러다 쉽게 지쳤고 그럴 때마다 책방에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뜯지 못한 도서 택배 9개와 함께 책방 작업실에 앉아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책방 일이 많긴 많다고.

그럼에도 함께 발맞춰 걷는 친구들 덕분에 꽤나 책방 일이 즐겁다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서로가 서로에게 즐거움이 되기 위해 각자 조금 행복해지자고 그리고 지금처럼 좋아하는 책을 부지런히 읽으며 지내자고-




/사진 소심한 요정3

2019 3 16